살롱 드 오수경 [데미안]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소설 데미안 中-
2집 [파리의 숨결] 발매 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랫동안 파리에 머무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보내다보니 자연스레 나 자신을 탐구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었고 덕분에 긴 시간 고민해왔던 “왜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왜 나는 이따위로 생겨먹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 외로 답은 먼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다름아닌 “인정”이었습니다. 과거의 나를 인정했더니 현재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를 하고 나니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온전히 귀 기울여 한 인간의 태어남, 성장함, 마주함의 과정을 음악으로 솔직하게 그려낸 이번 앨범은 서사적이며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듯 하지만 7년간 함께 해 온 멤버들 장수현, 지박, 고종성과 연주해서 살롱 드 오수경만의 사운드를 완성시킨 데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첫 곡 [아침]은 생명의 탄생과 기쁨, 생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서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력 넘치는 느낌을 생동감있는 스트링 사운드를 통해 표현한 곡 입니다.
두번째 곡 [영 피아노]는 초등학생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 이름입니다. 피아노와의 첫 만남, 그 생생했던 기억, 천사같았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날 반기던 특유의 가정적인 냄새, 이 모든 추억을 떠올리며 작곡한 짧은 피아노 연주곡 입니다.
이어지는 [정글북]은 팬티만 입고 하루종일 뛰어다녀도 지칠 줄 모르던 어린시절을 표현한 곡 입니다. 왜 어린이들은 쉴 새 없이 떠들고 끊임없이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 곡에는 쉼표가 없습니다. 바흐 인벤션 구조를 띄는 인트로가 점차 스패니쉬한 사운드로 변화되면서 아프로큐반 리듬으로 진화되는 과정을 통해 악보에 그려진대로 연주하는 걸 따분해하던 어린이가 피아노 학원을 탈출해 놀이터(정글)를 뛰어놀며 모험을 즐기는 과정을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다음 트랙인 [울면서 달리기]는 늘 어딘가로 향해 가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던, 아침 6시면 억지로 일어나 학교를 향해 울면서 달려야 했던 사춘기 시절을 표현한 곡 입니다. A part에서는 메이저코드, B part에서는 마이너코드만 사용해서 작곡하였는데 이를 통해 사춘기 시절 오락가락 하던 감정선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목적이 있는 표류상태를 뜻하는 [유목적 표류]는 3집 수록곡들 중 가장 서사적인 성격을 띤 곡입니다. 20대 때 작곡해 둔 도입부를 수년간 잊고 살다가 30대가 되어서야 뒷 부분을 작곡해서 하나로 합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20대 시절을 떠올려보면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던 기억들 뿐 입니다. 그 과정은 너무나 지루하고 외로웠지만 계속 노를 저으며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죠. 첼리스트 지박이 연주하는 도입부 멜로디에 그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서른이 되던 해, 살롱 드 오수경 1집이 발매되었고 꿈은 이루었지만 알 수 없는 허무함으로 인해 도망치듯 파리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5년간 파리에 머무르면서 내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마치 바다 한 가운데서 표류된 것 같았고 멤버들 또한 각자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인생의 배가 난파하는 듯한 혼란의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굳건해졌습니다. 파리가 아무리 좋아도 김치없이 밥 먹는게 괴로웠고 “한”이라는 정서가 없는 프랑스인들과 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에 한계점을 느낀 저는 멤버들이 있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결국 난 뼛속까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후반부에 나오는 “아리랑”을 통해 이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이 저지른 어떠한 행위로 말미암아 타인을 고통에 이르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죄를 짓는 인간의 본성을 나타낸 곡 입니다. 죄는 또 다른 죄를 낳고, 거짓은 또 다른 거짓을 낳습니다. 타인에게 들이댔던 거짓과 죄악의 칼날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자기 자신을 찌르게 됩니다. 이러한 순환하는 구조는 1집 뫼비우스와 사뭇 닮아있는 듯 합니다. 첼로, 바이올린, 베이스 순으로 연주되는 solo에서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목빠지도록 기다린다”라는 말이 있죠. [목이 긴 여자]는 긴-긴-기다림에 따른 절망을 노래한 곡 입니다.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기대감이 절망으로 바뀌고 절망은 원망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그 원망의 화살은 결국 스스로에게 꽂히더군요. 타고난 기질을 저주하며 다른 사람이 되보려 억지노력 해봐도 타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었고 2분15초부터 외치는 피맺힌 절규를 통해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기림님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 ‘나비’는 순수하고 어리숙한 자아이며 ‘바다’는 가혹한 현실을 의미합니다. 성인이 되기 전 바라보았던 세상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드넓은 세계처럼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수심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발을 담구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차갑고 무서운 곳인지를…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차갑고 무서운 어른아이를 표현한 곡 입니다.
언젠간 찾아올 죽음의 문턱 앞에서 신에게 하고 싶은 말, 나의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고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레미제라블]
소설 [데미안]에서 주인공인 싱클레어에게 절친 데미안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너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저희들에게 앨범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자아를 깨달아가는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삶 이라는 고독한 들판에 서서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듯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만들어낸 이 앨범이 당신에게 데미안처럼 의미있는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rack List-
1. 아침
2. 영 피아노
3. 정글북 (feat. Recto Luz)
4. 울면서 달리기
5. 유목적 표류
6. 미필적 고의 (Title)
7. 목이 긴 여자 (Title)
8. 바다와 나비
9. 레미제라블
-Track List-
1. 오라투와
2. 슬픈로라
3. 파리의 숨결 (Feat. Joon Smith) (TItle)
4. 장난감 병정의 비행
5. 놀이동산
6. 원더랜드
7. 뮤직박스
8. 회전목마
'살롱 드 오수경' [파리의 숨결]
데자뷰가 실제가 되고 실제가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들의 기록 [파리의 숨결] 지난 2013년 정규 1집 [Salon de Tango] 를 통해 2014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살롱 드 오수경, 2015년 [파리의 숨결] 이라는 새로운 앨범으로 다시 돌아오다! 한창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무렵, 돌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리더 '오수경'. 하지만 '살롱 드 오수경' 이 이번에 들려주는 음악은 격정적인 탱고도, 프렌치 스타일의 샹송도, 유럽의 실험적인 재즈도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파리에서의 일상을 실제로 살아내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악상들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담아내고 싶었어요. 라고 그녀는 말한다.
지어진 지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아파트, 그녀의 방으로 이어지는 달팽이 계단, 피아노 소곡집 표지에서 보았던 짙푸른 담쟁이 덩쿨... 그 언젠가 꿈에서 본 듯한 풍경들이 일상이 되어가고 그 공간에서 호흡하고 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담담하게 멜로디를 기록했다는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현재 파리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와 과거에 파리를 동경하며 감수성을 키워나갔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소박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첫 곡 "오라투와" 는 프랑스어로 기도실이라는 의미로, 오수경이 자신의 공간에서 간절히 기도하던 때 떠오른 멜로디를 흥얼거리듯 노래한 곡으로써 [파리의 숨결]의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린다. 이어서 연주되는 "슬픈로라" 는 애수를 띤 멜로디와 후반부로 갈수록 격정에 이르는 감정선이 전작과 닮아있는데 오수경은 이 곡을 쓸 무렵,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인이 백합 꽃잎을 뜯어먹으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랐고 화려한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진한 화장을 지우던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실컷 울고 난 후, 곧바로 이어지는 타이틀곡 "파리의 숨결" 은 단숨에 우리를 센느강의 그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 'Joon Smith' 의 맛깔스러운 기타 스트로크 위에 바람에 넘실대는 아코디언 연주,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으로 연결되는 패시지에서 파리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시계태엽 소리로 시작되는 "장난감 병정의 비행" 은 '오수경' 이 몽마르뜨 언덕을 거닐던 중 유리벽장에 갇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장난감 병정을 보고 모티브를 얻은 곡이다. 벽장에 갇혀있던 장난감 병정이 장난감 가게를 빠져 나와 비행을 하는 여정을 담은 이 곡은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초등학교 때 불던 추억의 악기, 멜로디언 소리로 시작되는 "놀이동산" 은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가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실제로 '오수경' 은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꿈과 희망이 넘치던 장소가 두려움의 장소로 변하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보면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꿈속에서 상상했던 환상적인 풍경을 눈 앞에 두고도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아련했던 기억을 회상하며 만든 곡이다.
이어서 펼쳐지는 "원더랜드" 는 어린 시절 오수경이 꿈꾸던 원더랜드를 표현한 곡으로써 현악기의 따뜻함이 돋보이는 곡이다. 첼로와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짧은 협주곡 "뮤직박스" 는 회전목마의 인트로가 되고, 곧 이어지는 회전목마]는 텅 빈 놀이동산에 혼자 쓸쓸히 돌고 있는 회전목마를 연상케 한다. 순환하는 멜로디 구조와 왈츠리듬으로 구성된 전반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호흡이 절정으로 치닫는 중반부, 천천히 멈춰서는 회전목마처럼 마무리 되는 후반부는 회전목마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받침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와서 직접 살아보니 파리가 거대한 놀이동산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 그녀. 이상하리만큼 회전목마와 관람차, 오르골 상자에 매료되었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결국 자신의 발걸음을 파리로 이끌었고 파리에 가서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미련 없이 떠나버렸다는 '오수경' 은 현재 프랑스 베르사이유 국립음악원 재즈과에 재학 중이다. 학업과 병행하며 틈틈이 신곡작업을 했는데 신곡이 완성될 때 마다 한국의 멤버들과 이메일로 악보와 녹음파일을 주고 받으며 작업을 했고 워낙 탄탄한 팀웍과 호흡을 자랑했던 팀이기에 수월하게 앨범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백기간에 팀의 기둥, 베이스의 '고종성' 은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고, 첼로 '박지영' 은 '지박' 이라는 이름으로 정규 1집 발매 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 및 뉴욕과 유럽을 오가며 연주활동을 하는 등 음악적 스펙트럼을 세계로 확장시키고 있다. 또한 바이올린 장수현은 '장수현과 원다희' 라는 이름으로 클럽 에반스 및 홍대의 여러 클럽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삶을 살아내던 멤버들이 2015년 여름, 다시 하나로 똘똘 뭉쳤다.
리더 '오수경' 이 10월 2일,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살롱 드 오수경' 의 라이브를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유로운 영혼이 영혼의 안식처로 돌아가 새롭게 만들어 낼 음악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삭막함으로 점철된 각박한 도시풍경을 뒤로한 채 [파리의 숨결] 에 귀 기울여보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미풍과 따스한 숨결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 줄 것이다.
-Track List-
1. Musicbox (Acoustic Ver.)
2. 회전목마 (Acoustic Ver.) (TItle)
제 1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분을 수상한 '살롱 드 오수경' 의 첫 싱글 앨범 [회전목마]
2012년에 발표된 오수경의 EP 앨범 [시계태엽 오르골]에 수록되었던 두 곡이 살롱 드 오수경의 연주로 재탄생, 새롭게 숨을 쉬다. 피아노 오수경을 주축으로 바이올린 장수현, 첼로 박지영, 베이스 고종성으로 이루어진 살롱 드 오수경은 제 1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부분을 수상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리더인 오수경은 돌연 유학을 선언,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다.
그들은 공연장에서 종종 [시계태엽 오르골]의 수록 곡들을 살롱 드 오수경 버전으로 재편곡 하여 연주하곤 했는데 많은 팬들이 그 버전을 요청해 왔었다. 오수경이 유학 길에 오르면서 국내 활동이 불가피해져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그들의 버전으로 재 녹음한 싱글 두 곡을 지금 공개한다.
전작인 [시계태엽 오르골]은 박제된 인형과 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싱글 앨범은 박제된 인형에 숨을 불어넣은 것처럼 생명력이 느껴 진다. 이것이 바로 어쿠스틱 악기가 가진 힘이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듀엣으로 연주된 첫 곡 "musicbox" 는 현악기 특유의 유려함이 돋보이는데 이 곡은 자연스레 다음 곡인 회전목마의 인트로가 된다.
두 번째 곡 "회전목마" 는 마치 버려 진 놀이 동산에서 홀로 쓸쓸히 돌고 있는 텅 빈 회전목마를 연상케 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호흡이 절정으로 치닫는 중반부는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녹음실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 이라고 한다. 이처럼 단 두 곡이지만 그 안에 메세지가 분명한 이번 싱글 앨범은 시계 태엽을 감듯 자꾸 듣고 싶은 연주 곡들이다. 이 다음에 나올 싱글 앨범은 어떤 곡이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Track5) 살롱 드 오수경 - The Christmas Song
예상치 못한 선물의 진한 감동, 에반스뮤직이 선물하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Evans Espresso (Christmas Album)]
유난히 추운 겨울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 지는 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오면 거리마다 퍼지는 캐롤들을 에반스뮤직을 대표하는 열 두 개의 Unit이 한데 모여 뮤지션들 각자의 개성을 담아 팬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에반스 에스프레소 컴필레이션 앨범은 팔색조와 같은 매력을 지닌 저마다 제 색깔을 가진 에반스뮤직 뮤지션들이 이미 익숙한 캐롤들이지만 그들만의 음악 세계를 담아 내어 표현한 작품들이란 점에 주목할 만하다.
1. 메인스트릿 "The First Noel", 설레임을 안은 듯 모던한 편곡의 연주 곡으로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컨템포러리 재즈 밴드 메인스트릿의 ‘The First Noel’은 캐롤의 트레디셔널 격인 원곡을 세련된 폴리 리듬으로 풀어내 오랜 팀웍만큼 독창적 색깔을 띠며 문을 연다.
2. 허소영 "Christmas Time Is Here", 재즈 보컬의 차세대를 잇는 담백한 멜로우 톤의 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의 "Christmas Time is Here"는 마치 눈 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마시는 핫초코처럼 고즈넉하게 마음을 녹인다.
3. 더 버건디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더 버건디의 보컬 루 시에나가 당신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빌며 귓속말로 속사이듯 불러 주는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나일론 기타의 따뜻한 질감과 묘하게 맞물리며 릴렉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4. 민채 "Blue Christmas", 에반스뮤직의 새로운 그녀 민채가 불러 주는 "Blue Christmas"는 차분함 속에서 나오는 멜랑콜리가 묻어 있는 민채만의 독특한 보이스로 어쿠스틱 밴드만이 가질 수 있는 편안한 매력으로 마치 흔들의자에 앉아 무릎에 포근한 담요를 덥고 듣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5. 살롱 드 오수경 "The Christmas Song", 살롱 드 오수경이 연주한 "The Christmas Song"은 넓은 어깨를 가진 남자 친구와 같은 듬직한 베이스와 재잘대며 이야기하는 듯한 소녀들 같은 현악기들이 피아노의 드라마틱한 진행 위에 아름다운 앙상블을 들려준다.
6. 오영준 트리오 "Sleigh Ride" (Feat. 김혜미 From KUMAPARK), 썰매를 타고 달릴 설레이는 마음을 노래하는 듯한 "Sleigh Ride"를 연주한 오영준 트리오와 쿠마파크의 홍일점 보컬리스트 김혜미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 잠재되어 있는 김혜미의 재즈 보컬적 노래와 반전되며 나오는 스윙잉한 매력이 백미이다.
7. 윤석철 트리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행보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놀라움을 일궈 내는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연주한 크리스마스 캐롤의 대명사인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은 자칫 무료할 수 있는 곡을 전형적 피아노 트리오 편성과 신스사이저로 힙합적인 리듬과 전자 음악적 요소로 우주적 반전의 미학을 표현해 냈다.
8. 라 벤타나 "It Came Upon A Midnight Clear" (Feat. 전소영), 찬송가로도 잘 알려진 "It Came Upon a Midnight Clear"를 연주한 독보적 탱고 재즈 밴드 라 벤타나, 리더 정태호의 목가적인 반도네온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성탄의 본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중간에 가미되는 호소력 짙은 보컬리스트 전소영의 보컬은 그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다.
9. 김재은 "O Holy Night", 에반스뮤직에서 새로이 소개될 소울풀한 보이스를 보석같이 품고 있는 보컬리스트 김재은이 노래하는 "O Holy Night". 마치 성스럽고 고요한 밤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으로 안개 내린 아일랜드의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10. 조영덕 트리오 "Hark, The Herald Angel Sing", 지난 한해 재즈씬의 라이징스타로 누구보다 주목을 받은 기타리스트 조영덕 트리오가 연주한 "Hark, The Herald Angel Sing"은 낭만주의의 거장 작곡가 멘델스존의 최고의 작품 중 하나답게 클래시컬한 멜로디를 기타-베이스-드럼의 미니멀한 편성으로 긴밀한 짜임새로 곡을 이끌어 간다.
11. 이나 "Winter Wonderland" (Feat. 어쿠스틱 라운지), 달콤상콤 보사노바 보컬 이나와 SAZA 최우준과 정영준으로 결성된 듀오 어쿠스틱 라운지가 함께한 "Winter Wonderland"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로 노련함을 반증하는 어쿠스틱 라운지와 여름 나라의 음악인 라틴으로 느껴 보는 색다른 캐롤을 느낄 수 있다.
12 크리스탈 레인 "White Christmas", 크리스탈 레인의 마스코트 Crissie가 부른 "White Christmas"는 아카펠라를 하듯 혼자서 여러 개의 성부를 불러서 만 들어낸 아주 재미있는 아이디로 만들어진 곡이다. 보고만 있어도 미소 지어 지는 Crissie의 밝고 예쁜 보이스가 듣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즐거워 지게 하는 곡이다.
-Track List-
살롱 드 오수경 [Salon De Tango]
살롱 드 오수경의 정규 1집 [Salon De Tango]는 리더 오수경이 4년에 걸쳐 완성시킨 자작곡들을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 하나의 완전체로 만들어낸 노력의 산물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기존의 탱고 곡들을 커버하거나 리메이크 한 것이 아니라 100% 자작곡이라는 것에 우리는 귀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수경은 마음속으로 늘 꿈꾸던 탱고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길 갈망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주어지지 않아 어느 아나운서가 쓴 부에노스아이레스 여행기를 읽으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밀롱가에서의 탱고는 네 곡의 음악으로 이루어진다. 한 번 무대에 나선 커플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든 음악이 끝날 때까지 함께 춤을 추는데 그것이 하나의 탱고다. 그 네 번의 춤은 각각 만남,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열정적인 사랑, 이별을 의미한다.' (손미나 저.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본문 중에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오수경은 본인의 연애경험을 토대로 만남,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열정적인 사랑, 이별 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곡을 쓰기로 결심하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의 곡 작업과 지금의 멤버들을 만나 [Salon De Tango]라는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진정한 묘미를 느끼려면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끊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며 감상하기를 권한다.
첫 트랙을 시작으로 살롱의 문이 열리고 곧 이어 시작되는 "만남"에서는 남녀간의 아찔한 첫 만남을 현악기간의 효과음을 통해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순조롭게 펼쳐지는 멜로디를 뒤로한 채 Outro에서 깔리는 '이별'테마는 만남은 곧 헤어짐이라는 상투적 결말을 암시하기 위한 숨은 장치로 여겨진다. 상대방에 대한 깊은 욕망을 서서히 휘몰아치듯 표현한 "관음증". 변화무쌍한 템포의 변화, 변박, 전조 등을 통해 남녀가 만나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의 과정과 감정의 기복을 격정적으로 그려낸 "서로에게 길들여지기". 앞으로 닥칠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짤막한 예고 "사랑의 인벤션". 거친 밀롱가의 리듬과 렌토의 느린 패시지가 교차하는 가운데 슬픔을 토해내는 듯한 장수현의 격정적인 바이올린 솔로가 돋보이는 곡 "열정적인 사랑". 서로를 향해 불꽃같이 타오르던 감정이 소멸된 후 어느 새 무덤덤해진 남녀의 이별을 덤덤한 어조로 노래한 "이별" (모차르트 협주곡 40번 1악장의 일부분을 Fuga기법을 사용해 작곡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리고, 숱한 만남과 이별의 과정을 겪으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감정의 사이클을 표현한 곡 "뫼비우스"는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곡이라 할 수 있다. 후 폭풍이 지나간 뒤, 아홉 번째 트랙 "Goodbye"에서는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듯 '웃으며 안녕'하지만 홀로 집으로 돌아와 쓸쓸히 연주하는 듯한 관음증 솔로 피아노 버전은 자연스레 첫 트랙에 대한 연결고리가 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얘기임을 암시한다. 살롱 드 오수경의 1집에 수록된 10곡 모두 탱고 곡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며 곳 곳에 깔린 복선과 다양한 전개방식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영리한 연출력 또한 눈 여겨 볼 만 하다. 이제 음기 가득한 그들의 음악에 흠뻑 젖을 시간이 왔다. 자신들의 살롱으로 유혹하는 그들의 손짓을 과연 우리가 거부할 수 있을까..?